[함께 만드는 세상] 새 대통령님! 학습 시간 줄이고, 꼴찌도 떳떳한 세상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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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7-04-27 15:48 조회2,108회 댓글0건본문
초·중·고 청소년이 바라는 정책은
"행복한 마음으로 공부하고 싶어요”
"놀이터에 놀이기구 더 놓아 주세요”
"엄마랑 같이 있게 휴무 늘었으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8600명 설문
10개 분야로 정리, 대선후보에 전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아동·청소년들의 목소리를 후보들에게 전달하고자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국 17개 시·도 8600명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바라는 아동 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었고 이들은 1만1303건의 의견서를 보내왔다. 어린이재단은 이 제안들을 10개 분야로 추려 보고서로 정리해 최근 각 대선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학원 가는 친구 부러워하는 내가 싫어요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건 ‘행복하게 공부하기’였다. 구체적으로는 ‘전반적인 교육시간 축소’ ‘진로·진학 교육 확대’ ‘사교육 폐지, 공교육 강화’ 등이다. “성적이 안 좋으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저도 잘하는 게 있을 텐데”(김미나·16), “등교시간이 너무 일러 아침밥을 편히 먹을 수가 없어요”(이현주·12) 등 어린이재단이 공개한 아이들의 의견서에는 동심을 힘들게 하는 속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부산에 사는 고등학생 김서영(17)양은 “야간 자율학습을 신청해 밤 10시까지 공부하는데 어떤 친구는 야자가 끝난 뒤 또 학원에 간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도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김양은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들이 문자로 ‘오늘도 학원 간다’고 하면 나 혼자만 노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학원에 가는 친구들이 오히려 부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김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다 보니 나는 처음 듣는 학교 수업 내용을 친구들은 학원에서 두 번 세 번 예습을 하고 듣는다. 나도 모르게 친구들을 자꾸 부러워하고 견제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털어놨다. 김양은 “대입을 위한 공부만이 아닌 취미 생활을 할 시간,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응답자 나이가 어릴수록 ‘놀이 시간·공간이 더 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초등학생 최연지(11)양은 “집 앞 놀이터에 그네밖에 없다. 더 많은 놀이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광주에 사는 김석진(13)군은 “우리 엄마가 더 많이 쉬어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영수만큼 중요한 인생 공부 하고 싶어요
다른 NPO들이 청취한 아이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3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대표 27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다음 정권에 ‘교육시스템 개선’을 가장 바라고 있었다. 굿네이버스는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교육시스템 개선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 ▶돈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놀이시설 ▶양육·교육비 부담 절감 ▶아동학대 없는 세상 ▶학교폭력 문제 해결 ▶평등한 사회 ▶안전한 귀갓길 ▶자유롭게 말할 권리 등을 9대 아동 정책으로 정리했다.
세이브더칠드런도 만 10~18세 청소년 68명을 대상으로 ‘우리 목소리가 들리는 2017-2012’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더해 상황이 각기 다른 4명의 청소년을 불러 자유토론을 열기도 했다. 그렇게 나온 의견들을 ▶언제 어디에서나 안전한 대한민국 ▶국영수만큼 중요한 인생 공부를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 ▶나답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 대선후보 정책위원회에 전달했다. 설문에 참여한 고등학생 오성군(18)군은 “청소년도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미성숙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사회에 퍼져야 한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 선거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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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낸 ‘소수 의견’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아동·청소년들이 적어낸 정책 제안 가운데서는 ‘소수 의견’들도 눈에 띄었다. ‘문제집·학용품 가격을 인하해 주세요’ ‘국사 시간을 늘려주세요’ ‘학교 의자를 좀 더 편한 의자로 교체해 주세요’ ‘급식을 더 맛있게 만들어 주세요’ 등 현실적인 의견들이 접수됐다. 언니·오빠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아는 듯 ‘취업난 해소 및 일자리 창출’을 요구한 의견도 284건이나 됐다.
」홍상지·김준영 기자 hongsam@joongang.co.k
[출처: 중앙일보] [함께 만드는 세상] 새 대통령님! 학습 시간 줄이고, 꼴찌도 떳떳한 세상 만들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