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우리기관은 아동복지법 제45조에 의거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의
권익을 증진시키며 아동이 건강한 가정과 사회 속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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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판사와 法이 아동 학대에 관대… 자신도 맞고 자랐다는 법조인들 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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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7-03-13 16:13 조회2,2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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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울산 계모' 사건 법률지원 이명숙 변호사, 5월 여성아동인권센터 설립

초등학교 1학년 때 등교하다 조두순에게 성폭행당한 나영이(가명), 영화 '도가니'의 실제 무대였던 광주 인화학교에서 학대·성폭행당한 장애아들, 울산과 칠곡 계모 사건으로 숨진 의붓딸. 이들 곁에는 늘 이명숙(54)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무료 법률 지원으로 피해 아동을 돕고 보듬었다. 올 5월 서울 서초동에 여성아동인권센터를 설립할 예정인 이 변호사를 최근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아동학대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36명입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아이들 사망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아요.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는 식으로 둘러대고 부모가 화장해 버리면 영영 알 수 없죠. 아동학대 사건이 법정에 가도 판사들이 빨리 해치우려는 경우가 꽤 돼요. 좀 더 꼼꼼하게 따지면 중형이 선고됐을 사건이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

이명숙이명숙 변호사는 “사랑의 매라 해도 때리면 안 된다”고 했다. “자녀를 사랑하면 한 번 더 안아주고 대화하고 함께 놀러 다니세요. 일하느라 바쁘다고요? 인생에서 가장 부지런히 가꿔야 할 대상은 가족 아닌가요?” /장련성 객원기자
―왜 그런가요.

"판사들과 법이 아동학대에 관대한 거죠. 토론회 나가면 법조인 중에 자기도 맞고 자랐고 아이들 때리면서 키운다는 분들이 절반 이상이에요. '부모가 설마 자기 자식을 죽이려고 했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법적으로도 훈육이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하는데, 훈육과 폭력의 경계가 뭘까요. TV에 나오는 끔찍한 사건만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는데, 평범한 가정의 일상 중에서도 문제가 많아요. 아이에게 화내고 고함치고, 밥 먹는 태도가 나쁘다고 밥그릇 뺏고 방에 들어가라는 것 모두 정서적인 학대에 속합니다. 영국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만으로도 최고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일명 '신데렐라법'이 2015년 만들어졌어요. 우리도 그 수준까지 가야 합니다."

―외국에선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전통적으로 체벌을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전통이나 문화하고 상관없어요. 스웨덴에서 1975년 아동 체벌과 훈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아동학대 금지법을 만들었을 때 국민 70% 이상이 반대했어요. 아이들 키우는데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민의 90% 이상이 법에 찬성하고 있죠. 지금 북유럽 국가들은 아동에 대한 체벌을 일절 금지하고 있으면서 교육 선진국으로 통하죠. 사랑의 매가 있는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가요?"

'사랑의 매'사라져야

이 변호사는 1996년 학교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2004년 국가 책임을 인정받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업주 및 국가 상대 집단 손해배상, 부부 강간 및 강제추행 인정, 2005년 방임으로 인한 아동학대 인정 등 다수의 최초 판결을 이뤄냈다. 2014년 1월부터 2년간 한국여성변호사회(여성변회) 회장 재직 당시 여성변회를 이끌고 가정폭력과 성폭력, 아동학대 범죄 사건 변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변호사 사무실에는 사탕, 과자, 과일이 가득했다. 이 변호사는 "가정법률 상담을 하러 올 때 부모가 아이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동과 여성을 위해 일해오셨죠.

"1990년 변호사 개업했을 때부터 가사 관련 소송을 많이 맡았어요. 지금은 여성 변호사 수가 약 6000명이지만, 그때는 10명 정도밖에 안 됐어요. 가정법률상담소, 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 아동보호 단체 등 여성 아동 관련 기관에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기꺼이 응했죠."

―공익 상담이나 소송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이화여대 법학과 82학번인데, 고시반 장학생 1기였어요. 학비와 기숙사비를 다 지원받았죠. 고시 합격한 후에 제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대학 다닐 때 데모에 나간 적이 없는데 이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것도 있었고요. 거리와 광장에서 사회운동 참여는 못 했지만, 꼭 고시에 합격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원래 부모님은 사범대 진학을 원했다면서요.

"아버지께서 대구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어요. 제가 경북대 사범대학에 가서 선생님이 되는 걸 원하셨는데, 저는 서울에 있는 대학 법대에 가고 싶었거든요. 그러니까 '굳이 서울로 유학 가고 싶으면 남녀공학 말고 여대 가라'고 하셨죠."

―보수적이셨군요.

"하지만 부모님께선 한 번도 때리신 적이 없어요. 저희가 5남매였는데 모두 안 맞고 자랐어요. 저도 현재 대학생인 두 딸을 안 때리고 키웠고요. 상담을 해보면 부모에게 맞고 자란 자녀는 성인이 돼서 가정을 꾸렸을 때 부모와 똑같이 행동하는 경우가 많죠. 폭력이 대물림되는 거예요. '나도 부모처럼 폭력을 쓰면 어떡하지' 이런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자녀들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면 안 되는 이유죠."

이미지 크게보기2014년 4월 울산지방법원에서 계모에게 맞아 숨진 의붓딸의 생모(모자쓴 이)를 이명숙 변호사가 안고 있다. /이명원 기자
큰딸 때문에 관심 갖게 된 나영이 사건

2009년 이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로 있을 때 조두순 사건에 참여했다. "어느 날 큰딸이 그래요. '지금 너무 화나는 사건이 뉴스에 나왔어요. 나영이가 너무 불쌍해요. 엄마가 좀 도와주세요'라고요. 그래서 당시 나영이 주치의였던 연세대 신의진 교수에게 연락했어요. 우리 사무실에서 나영이 부모님하고 신 교수를 만났죠. 이미 조두순은 1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수사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서 변협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고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죠."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나영이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은 게 인정된다면서 국가가 나영이에게 1000만원, 어머니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아동·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됐다.

―나영이는 잘 있나요.

"1년에 한두 번 이상 연락해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후유증이 있지만 잘 이겨내고 있어요. 나영이 꿈은 의사예요. 올해 고3인데 의대에 가겠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죠. 나영이 언니는 지금 법대 다니는데, 저처럼 변호사가 되겠대요. 자매 모두가 불쌍한 아이들, 힘든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해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출신 피해자 중에도 연락하는 아이가 있는데요, 저를 누나라고 불러요. 지금 많이 안정됐어요. 이 아이들이 계속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계속 관심 가져야죠."

―제일 안타까운 사건은요.

"2013년 계모가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칠곡 계모 사건요. 2011년 울산 계모 사건은 의붓딸을 살해한 혐의로 계모에게 살인죄가 적용 됐지만, 칠곡 사건은 훨씬 더 정도가 심한데도 상해치사죄가 적용(징역 15년) 됐어요. 검찰이 수사를 너무 무성의하게 해서 저희가 3번이나 문제 제기를 한 결과가 그거예요. 왜 살인죄가 적용 안 됐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요."

이혼 소송, 승소가 만사 아니다

울산·칠곡 계모 사건 이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개정됐다. 가해자 및 방관자 처벌을 강화하고,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즉각적으로 격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래도 관련 법규나 제도는 계속 나아지고 있지 않나요.

"이를 실질적으로 운용할 예산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죠. 가해자나 피해자 격리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해자는 교육하고 피해자는 치료해야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과 전문가가 부족해요.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상담소 직원 평균 근무 기간이 1~2년밖에 안 돼요. 월급 적고 근무 환경이 너무 열악하니까요. 아동학대를 전수조사하고 이를 분석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죠."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들겠군요.

"우리나라에서 지금 이 문제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저는 우리 사회가 병든 게 가정이 무너져서라고 봐요. 울산·칠곡 계모 사건이 크게 알려져서 그렇지 전체 아동폭력 건수의 8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한 폭행이죠. IMF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 가정에서 관심 못 받거나 학대당하는 아이가 많아졌죠. 집안 사정 넉넉한 중산층 이상 가정은 괜찮을까요. 재산이 100억, 1000억원 있는 사람들이 상담 올 때도 있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남편과 아내의 개인 경력은 훌륭한데 서로 이해 안 하고 갈등을 조율 못 해서 쉽게 이혼하려 하죠. 그 자녀들은 부모 사랑 제대로 못 받았으니까 혼자만 알고, 경쟁에만 매달리고요."

―의뢰인에게 이런 쓴소리도 하나요.

"처음 변호사 할 때는 의뢰인 의도대로 승소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런 얘기 안 했죠. 이제는 승소 가 진짜 이기는 게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정이 완전히 파탄 나서 남편과 10년 넘게 떨어져 사는데도 이혼 안 하겠다고 소송하는 의뢰인이 있었어요. 그 의뢰인은 미술 치료를 하려고 나무를 그리라고 하면 몸통에 마지막 잎새 하나 남겨놔요. 저는 소송을 계속 진행하면서도 남편을 그만 놓아주라고 하죠. 이제 인생에 새로운 나무를 심고 새 꽃을 피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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