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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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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7-04-12 08:57 조회2,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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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정만호(송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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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초등학생인 첫째가 막 두 돌이 지났을 무렵의 이야기이다. 부모로서 준비가 덜 된 우리 부부는 ‘아이를 보는’ 것은 정말 좋았지만, ‘아이를 돌보는’ 것은 그야말로 힘든 일이었다. 특히, 나는 기저귀 갈아주는 것도 겨우겨우 하는 정도라 육아는 거의 아내나 할머니가 도맡다시피 했다.

문제는 두 돌 지난 아들을 오롯이 혼자 돌봐야 하는 시간이었다. 가끔 아내가 늦게 퇴근하거나 약속이 있고, 양가 부모님도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혼자 아이를 보살펴야 했다. 아들은 잘 놀다가도 엄마가 없는 것을 알고 자지러지게 울었다. 안아주기도 하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간지럼도 피워보지만 한 번 터져버린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처음에는 달래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치지 않은 울음에 점점 화가 났다. 내 화를 풀고 싶은 마음에 우는 아이 얼굴 위로 이불을 덮어 버리기도 했고, 그만 울라며 소리도 질렀다. 또 스마트폰의 ‘지옥 도깨비’ 앱으로 무서운 동영상을 보여줘 울음을 그치게 했다. 특히 ‘지옥 도깨비’ 앱은 효과가 좋아 가끔 말을 안 듣거나 울면 “도깨비 아저씨 오라고 한다”하고 겁을 주며 스마트폰을 꺼내는 척했다. 그러면 금세 고분고분해지고 엄마나 할머니한테 도망가곤 했다.

학생을 교육하는 선생이지만, 부모로서는 왕초보였던 나의 잘못된 행동들도 지속해서 반복되었다면 그것은 ‘아동학대’가 된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가해진 행위로 인하여(우연한 것은 제외) 아동의 건강 혹은 복지를 해치거나 혹은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신체적·정신적 상해, 성적 행위 및 방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5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살펴보면 80% 이상이 부모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중 30% 이상이 양육 방법을 잘 몰라서 아이들을 훈육한다며 때리다가 벌어진다고 한다. 훈육은 의지나 감성을 함양하여 바람직한 인격 형성의 주목적을 달성하는 하나의 교육이지만, 체벌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어 아동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억제하려는 위협이다. 체벌은 이미 교육적 효과가 없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결론이 났고,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유치원이나 학교는 물론 심지어 군대에서도 체벌을 금지한 지 오래다. 언론에 이슈가 되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보도를 보면서 저마다 울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우리 부모들은 스스로 자기 아이의 못된 행동을 체벌하는 것은 훈육을 위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매를 들어본 적이 있는 부모는 대부분 알다시피, 매로 위협하거나 매를 맞으면 아이는 대부분 고분고분해지거나 눈물을 훔치며 반성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의 행동은 단순히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약자로서 본능일 뿐이다.

체벌은 왜 교육적 효과가 없고, 아이들에게 위험한 것일까?

첫째, 가장 신뢰하는 부모가 아이를 무시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을 경우, 아이는 ‘세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흔들리게 된다.

둘째, 맞는 아이 처지에서는 ‘무언가 잘못하면 맞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얼마든지 때려도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곧 폭력적인 행동으로 유치원, 학교, 사회에서 나타나게 되고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면서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폭력의 대물림이 형성된다.

셋째, 아동의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선택이 옳고 그름의 여부가 아닌 ‘육체적 고통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체벌의 교육적 효과는 없다.

넷째, 체벌은 면역성이 생기기 때문에 점점 강도가 강해지며 빈도가 계속 잦아들어 더 큰 매질이 필요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에 시작한 매질이,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반항심만 키우게 되고 결국 학대로 변질되는 것이다.

그래도 많은 부모는 ‘회초리 문화’는 우리의 전통문화로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회초리로 교육했고, 이런 사랑의 매 덕분에 잘 자라지 않았느냐?” “아이를 때려서라도 잘 가르쳐야지 그냥 내버려 두면 그게 부모냐?”

그러나 ‘회초리 문화’ 역시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회초리 문화’는 매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따끔하게 때려 잘못을 고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회초리를 비단에 고이 싸서 장롱 속 깊은 바닥에 두었다. 왜 이렇게 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회초리를 체벌의 도구가 아니라 훈육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우리 선조들은 방문을 열고, 장롱문을 열어 이불을 정리하면서, 그리고 장롱 속 깊은 바닥의 회초리를 보면서 숨을 골랐다. 이는 회초리로 아이를 체벌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는 시간을 주는 것이었고, 부모는 회초리를 가지러 가면서 감정을 다스려 평정심으로 아이를 교육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지혜였다.

아동학대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단어를 꼭 기억하자. 바로 ‘숨 고르기’와 ‘관심’이다. 일차적으로 아이를 보살피는 보호자는 아이와 분노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힘을 기르는 방법이 바로 숨을 고르면서 한 박자 쉬며 힘을 빼고, 대화로 훈육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전체 아동학대의 80%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아동학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는 남의 집 자식이라고 생각을 넘어 관심을 가지고 의심되면 신고해야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요즘 뉴스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어린이 수난시대'다.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에서는 곱디고운 아이들이 화학무기에 고통받다 세상을 떠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정이나 보육시설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온다.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의 말씀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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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honam.co.kr/read.php3?aid=1491922800521700174